페스티벌은 단순한 음악 공연을 넘어 하나의 문화 현상입니다. 젊은 세대의 해방구이자, 창작자와 소비자가 함께 호흡하는 열린 공간이기도 하죠. 하지만 한편으로는 수만 명이 몰리는 이 거대한 이벤트가 환경에 끼치는 영향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쓰레기로 가득 찬 잔디밭, 버려진 일회용품, 대규모 전력 사용은 오래전부터 문제로 지적되어 왔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지속 가능한 페스티벌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최근 몇 년 사이, 전 세계 페스티벌 현장에서는 새로운 흐름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바로 지속 가능한 페스티벌 문화입니다. 환경을 고려한 운영과 관객 참여형 친환경 캠페인이 점차 자리잡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하나의 ‘책임 있는 축제 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1. 페스티벌이 만드는 환경 문제: 우리가 모르는 이면
한 번의 페스티벌이 끝난 후, 공연장이 남긴 흔적은 아름답지 않습니다. 바닥을 뒤덮은 플라스틱 컵, 일회용 포장지, 버려진 캠핑용품들은 다음 날 뉴스 기사로 등장하곤 하죠. 실제로 대형 뮤직 페스티벌 한 번에 발생하는 쓰레기는 수십 톤에 이릅니다. 2019년 영국의 대표 락 페스티벌 글래스톤베리에서는 단 5일간 2,000톤에 달하는 쓰레기가 수거됐고, 그중 절반 이상이 재활용이 어려운 플라스틱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수만 명이 동시에 사용하는 전기, 물, 교통수단은 막대한 탄소 배출을 유발합니다. 수천 대의 차량이 행사장으로 몰리며 발생하는 매연, 디젤 발전기의 사용, 무분별한 인쇄물 배포 등도 문제입니다. '페스티벌=자연 속 자유'라는 인식과 달리, 그 자유가 자연에게는 큰 부담이 되어온 것입니다.
이제는 단순한 재미를 넘어, 환경과 함께 살아가는 축제의 방식이 필요해졌습니다. 그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2. 변화하는 페스티벌 운영: 친환경 실천의 현장들
전 세계적으로 페스티벌은 환경과 공존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 변화는 눈에 띄게 구체적이고 실용적입니다.
✅ 일회용품 OUT, 다회용품 IN
많은 페스티벌에서는 이제 플라스틱 컵 사용을 전면 중단하고 있습니다. 대신 다회용 컵이나 개인 텀블러 사용을 장려하고, 일부 행사에서는 입장 시 컵을 보증금과 함께 제공하여 반납 시 환불하는 시스템을 운영합니다. 독일의 ‘Fusion Festival’은 모든 식기류를 재사용 가능한 형태로 바꾸어 연간 수십만 개의 일회용 쓰레기를 줄였습니다.
✅ 캠핑존 환경 수칙
페스티벌의 꽃이라 불리는 ‘캠핑존’에서도 환경보호는 중요한 화두입니다. 네덜란드의 'DGTL Festival'은 캠핑객이 사용한 텐트, 의자, 음식물 쓰레기를 직접 분리배출할 수 있도록 분리수거소를 운영하고, 참여자에게 ‘클린 캠핑’ 스티커를 부착해 인증샷 이벤트를 여는 등 자연스럽게 참여를 유도합니다. 일부 페스티벌은 참가자가 직접 쓰레기를 수거하면 리워드를 제공하는 ‘에코 포인트’ 제도를 도입하기도 합니다.
✅ 무대 뒤의 변화: 지속 가능한 연출
무대 뒤에서도 변화는 계속됩니다. LED 조명 시스템의 에너지 효율화, 태양광 발전 장비의 설치, 무대 세트 재활용 등이 바로 그 예입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아티스트들은 투어 중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카본 오프셋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공연마다 일정 비율의 수익을 기후 기금에 기부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무대 위 화려함만큼이나 무대 뒤의 ‘가치 있는 변화’도 페스티벌의 진정한 매력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3. 관객의 참여로 완성되는 지속 가능한 축제
아무리 운영 측에서 노력해도, 지속 가능한 페스티벌은 관객의 행동 없이는 완성될 수 없습니다. 최근의 변화는 운영진만이 아닌 ‘참가자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큽니다.
“관객이 만든 클린 페스티벌”
한국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서울 파크 뮤직 페스티벌’은 분리배출 구역을 별도로 마련하고, ‘에코 서포터즈’를 모집해 관객 참여형 청소 캠페인을 펼쳤습니다. ‘지산 밸리 록페스티벌’에서는 관객들이 사용한 쓰레기를 수거하면 물품 할인 쿠폰을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단순한 계몽이 아닌, 실질적 보상이 수반된 접근이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우리의 선택이 축제를 바꾼다”
작은 실천이 축제를 바꿉니다. 텀블러를 가져가고, 무대 앞에 쓰레기를 남기지 않으며, 이동 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곧 지속 가능성의 초석이 됩니다. 페스티벌이 끝나고도 ‘자연 그대로의 공간’이 유지되는 경험은, 그 어떤 공연보다 더 큰 감동을 선사합니다.
페스티벌은 우리가 함께 웃고, 노래하며, 공감하는 시간입니다. 그 안에 ‘지속 가능성’이라는 가치를 더하는 것은, 그 즐거움을 오래도록 이어가기 위한 선택입니다. 환경을 지키는 일은 결코 즐거움을 포기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새로운 방식으로 즐기고, 더 나은 방식으로 연결되자는 제안이죠.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 수많은 페스티벌 현장에서 새로운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는, 바로 우리의 선택과 행동이 있습니다. 다음 페스티벌에 참여하게 된다면, 자연과 함께하는 방식으로 그 시간을 더 의미 있게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요?
지속 가능한 페스티벌은 더 이상 특별한 개념이 아닙니다. 이제는 ‘당연한 기본’이자, ‘멋진 변화’입니다.
우리가 만든 쓰레기 하나가 자연에 남는 시간은 몇 년, 어쩌면 수십 년입니다. 반면 우리가 지킨 자연은 앞으로의 수많은 페스티벌을 가능하게 합니다. 음악이 흐르는 그 들판 위에서, 다음 세대가 우리처럼 자유롭게 웃고, 뛰고, 노래할 수 있도록 말이죠. 환경은 보호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무대’라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음악과 자연, 사람과 공간이 조화를 이루는 진짜 페스티벌을 위해 지금 우리가 바꿔야 할 것은 많지 않습니다. 텀블러 하나, 쓰레기 하나, 선택 하나. 그 작은 실천들이 모여 진짜 변화를 만들어냅니다.